칼럼[이주승 칼럼] 설득되는 이유를 알아야 제대로 설득할 수 있다, 설득의 3요소

토론은 상대방 또는 제삼자를 설득하는 의사소통 유형이다. 설득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론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살아간다. 가깝게는 친구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시키는 일부터, 직장 내 동료와 상사를 설득하는 일, 그리고 하루에도 수백 번 이상 나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광고처럼 말이다. 이처럼 설득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먼저 설득을 하려면 우리가 언제 설득되는지 알아야 한다. 설득에 관한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지만, 대부분 연구 결과의 핵심은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철학자의 이론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수사학> 에서 연설의 종류를 심의용 또는 정치 연설, 과시용 연설, 법정 연설로 구분하고 어떻게 하면 연사들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 설득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였다.


이 위대한 철학자는 사람들은 논리, 감정, 신뢰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설득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로고스(Logos)이다. 학원가를 지나쳐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익숙하게 다가오는 단어일 것이다. 그리스어로 말, 언어를 뜻한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는 가정 하에 인간은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나 합리적인 이치가 있어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장의 일관성, 이유의 논리, 증거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짜임새 있게 제시되었냐에 따라 로고스가 있는지 없는지 결정된다. 보고서, 학술 논문 등에서 강조하는 설득의 요소로 주로 주장에 대한 논증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갔느냐를 다룬다. 여기서 주장이란 내가 증명하고자 하는 의견이고, 이유와 증거는 자신의 주장을 청중에게 설득하기 위해 제시하는 설명과 데이터를 가리킨다. 토론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논증하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혹 논리적이라는 말에 압도당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순하게말해서 논리적인 것은 내용의 앞과 뒤가 모순 없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A라는 얘기를 하던 친구가 갑자기 B에 대해 얘기한다면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고, 앞뒤 내용이 잘 이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설득되지 않는다. 따라서 로고스는 설득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논리만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논리를 통해 이해를 시킬 수는 있으나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 우리는 이성적이면서도 매우 감성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에 따르면 '무엇'이 아니라 '왜'에서 시작할 때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행동에 나서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왜'에 답하는 것은 인간의 감정, 행동,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뇌의 영역인 변연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역은 언어를 처리하는 능력이 없어서 논리로만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두 번째 설득의 요소가 파토스(Pathos)이다. 그리스어로 고통 또는 경험을 뜻하며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여 설득하는 방법이다. 파토스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선택과 묘사 방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주장을 강조하여 이해시킬 수 있으며, 주로 이야기나 묘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야기나 묘사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면 논리의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이고 현재성이 있는 것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토론에서 심사위원, 청중이 자신의 논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나 묘사의 형태로 바꾸거나, 지지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할 때 유용하다.


파토스를 적용한 대표적인 예로 아사하기 직전의 아동들이 등장하는 한 국제기구의 광고를 떠올려보면 된다. 그 광고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 퇴치에 후원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10,000원을 후원하면 빈곤 아동에게 어떠한 이익이 있는지를 수치와 함께 논리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빈곤 아동들의 처참한 현실을 묘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여 모금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성, 품성을 뜻하는 에토스(Ethos)다. 화자의 인품으로 설득하거나 공신력으로 호소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인품과 공신력이란 청자가 화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청자와 화자 간의 유대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명성이나 평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청자가 화자를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과거에 내가 좋아했거나 존경했던 지인을 떠올려보자. 그때 그 사람이 하는 말이면 더욱 신뢰가 가고 그 말에 쉽게 설득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에토스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역적용 해보면 누군가가 나를 설득하려고 할 때 권위에 호소하여 설득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닌지, 말하는 내용을 귀담아듣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에토스를 토론에 적용하려고 하면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많은 경우 자신과 관계없는 청중이나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토론하게 되는데 제한 시간 내에 처음 보는 사람과 신뢰를 쌓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전문가나 공신력 있는 자료를 인용함으로써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를 가질 수 있도록 메시지 톤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사람의 인품, 즉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화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나머지 두 요소도 효과적으로 전달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 도시의 남자 시민 인구가 3만도 채 되지 않았고 (조대호 n.d., 120) 서로 간에 사회적 교류가 활발히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에토스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약 77억 명이 살아가고 무수한 분야와 이슈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목적과 상황에 맞게 각 설득 요소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 설득의 3요소를 토론에 적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요소가 더욱더 영향을 미치는지는 숫자로 쉽게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이 설득의 3요소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확인해보자. 그리고 청중에 맞춰 그 비중을 조절해보자.


파토스(Pathos)에 너무 치우칠 시 내용 없이 감정에 호소하게 되며, 로고스(Logos)에만 호소하면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에토스(Ethos)만 강조한다면 정작 토론에서 논해야 할 핵심 내용은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모든 요소는 상대방을 공감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청중과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논리를 구성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때야 우리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상대방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설득이 되는 것이다. 




* 참조 자료

[1] 조대호, 아리스토텔레스 (n.p.: 아르테, n.d.), 120.


원문: https://brunch.co.kr/@debate/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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