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주승 칼럼] 1권으로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 효과를 얻는 독서토론

꾸준히 독서하기도 힘든데 토론할 시간까지 있을까요?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과 꼭 토론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할 때 대부분 사람이 보이는 반응이다.


인터넷만 접속해도 나의 관심을 끄는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책을 읽지 않아도 수많은 정보가 둥둥 떠다니는 요즘 시대에 책 읽고 토론하라는 것은 실로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책 요약본으로 훑어보는 것으로 독서 경험을 대체하려고 하는 요즘 시대에 책을 읽고 토론까지 하자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될지도 모른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책을 진득하게 읽고 토론하는 것은


100개의 책 요약본을 읽는 것보다,

10권의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관련 주제에 대해 한 달 동안 강의를 듣는 것보다,

개인에게 더욱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는 크게 네 가지 힘이 있기 때문이다.


1. 같이 읽는 행위의 힘

혼자 책을 읽을 때와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낭독하면 활자를 혼자 눈으로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작가의 낭독회에서 책을 듣고 읽는 것과 혼자 책을 읽는 경험이 다르듯이 말이다. 말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서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순간 그 활자는 새로운 생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독자의 육성을 통해 새롭게 진화하게 된다.


2. 시야를 넓히는 힘

독서토론은 나만의 세상에서 나와 더욱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이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해도 혼자 책을 읽기만 해서는 자신의 관점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 책의 수준과 관계없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창문 밖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은들 창문이 작으면 그 풍경을 다 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여담이지만 소위 교육 전문가들이 영재 교육을 위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어려운 고전 책들을 읽히라고 조언하는데, 아이들이 이 고전을 열심히 읽어봐야 사고력 확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반면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 같은 내용에 대한 수많은 해석과 관점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경험과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계속 접하면 공감력이 높아진다.


3. 나를 치유하는 힘

함께 읽고 토론하는 행위는 서로를 치유한다. 보통 토론이라고 하면 논리적인 찬반 활동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토론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아주 일부일 뿐이다. 독서토론을 한다는 것은 저마다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말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이야기하면 누군가가 경청해주고 공감하는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더 자신감을 가지고, 위안을 느끼기도 한다.


4. 진솔하게 나를 표현하는 힘

독서토론은 개인이 저자나 등장인물에 빗대어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문학 도서를 두고 토론할 때 더욱더 깊고 다양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부끄럽거나 두려운 경험이나 생각을 책과 등장인물에 빗대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독서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등장인물의 생각과 처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울컥하거나, 더러는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계신다. 이처럼 책을 매개로 토론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준다.


1년 동안 혼자 책을 몇 권을 읽었는지, 책의 줄거리를 얼마나 기억하는지는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개인 삶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10권, 아니 100권의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좋은 책 1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개인에게 더욱더 큰 울림을,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니 지인과 독서 모임을 만들어보든, 온라인 독서 모임에 가입하든 이제부터라도 함께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 https://brunch.co.kr/@debate/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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