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승 칼럼] 라이프 스킬로서의 토론

우리는 토론을 왜 해야 할까? 토론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토론의 쓰임새와 효과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은 토론의 효과를 거론할 때 일부 학습 효과에만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토론을 하면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발표를 잘하게 되고, 독해력이 향상된다는 등 학습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은 우리 삶에서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10년이 넘게 직접 토론 경기에 참여하고 토론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토론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토론은 학습 역량을 키워주는 것을 넘어 인생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이프스킬


1.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토론은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준다. 토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안건, 현상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상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여 다양한 원인으로 쪼개고, 이 중에 대처 가능한 주요 문제를 선정하여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토론자의 논리는 부실할 수밖에 없고 설득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토론은 자신의 고유한 사고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단순 명료한 문제로 바꾸도록 요구한다.


대학생 시절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일 년에 한 번 개최하는 세계 대회답게 토론 경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중에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리쿠르팅 세션을 열었다. 이때 전 세계 맥킨지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토론자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 프로필을 담은 책자를 제공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회사 중의 하나라는 이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토론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 활동이 분석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경영 컨설턴트에게 중요한 역량은 문제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하고, 문제에 대한 실행 가능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토론 과정과 유사하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직면한다. 어떻게 그 문제들을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우리는 수많은 이해관계, 무수한 다양성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서로의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때 이러한 이해관계와 다양성을 조정하는 것이 토론이다.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굳이 교육적인 측면을 부각하지 않더라도, 선거, 시위, 지역 회의 참여 등 모든 과정에 토론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토론은 상대방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요구한다. 토론을 한 후에는 숙의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토론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이미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쟁점을 명료하게 제시함으로써 토론을 보는 시민,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이런 의미에서 토론은 일반 시민에게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을 내재화하는 도구이자, 합리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3. 나의 권리를 지키는 일


토론은 나의 권리를 더욱더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론을 통해 우리는 여러 주장과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눈을 키우게 된다. 잘 훈련받은 토론자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는 특히 청소년에게 유용한데, 비판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부당한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사회 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감언이설에 속지 않도록 도와주고, 학교와 가정에서 당연하다고 배워온 것들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4. 라이프 스킬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 그리고 지금까지 했던 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관통하는 것으로 토론은 라이프 스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우리말로 삶의 기술로 불리기도 하는 라이프 스킬이란 ‘일상생활의 요구와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과 긍정적 행동을 하기 위한 능력’을 뜻한다. (UNICEF, 2003)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토론은 삶을 살아가는데, 평생 인생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스킬이다. 빈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정에서, 친구 간에, 학교에서, 직장에서 등 모든 상황에서 토론이 일어난다. 토론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언가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수십 년 전이라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지만,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마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필수가 아니었던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모두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 된 것처럼 말이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위해서도, 입사 면접을 위해서도, 승진 시험을 위해서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도 토론 능력은 글쓰기와 읽기처럼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책임감 있고 제대로 공헌하는 시민이 되는 데도 꼭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토론은 우리가 삶을 더욱더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라이프 스킬이다.


토론역량



*참조 자료

 https://www.unicef.org/lifeskills/index_7308.html


원문: https://brunch.co.kr/@debate/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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