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포올 이야기디베이트포올은 무엇을 목표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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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Debate) 교육이 도대체 어떤 건가요?”

“토론 없이도 잘 살아왔는데, 토론하면 뭐가 좋나요?”

“토론하면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과연 사람들이 토론을 하긴 할까요?” 


안녕하세요. 디베이트포올의 이주승입니다. 

2012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위 질문들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토론(Debate)’은 낯선 단어였고, 그 개념조차 생소했으니까요. 다행히 MBC <100분 토론>이 1999년에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토론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지만, 시청자가 토론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그리고 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심어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디베이트포올은 토론을 누구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단어이자 활동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난 12년간 8만 명에 가까운 학생들과 다양한 배경의 성인들이 디베이트포올의 토론 프로그램을 거쳐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단순히 토론 교육과 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올바른 방식의 토론 교육과 문화를 우리 사회에 도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을 설득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토론이 점점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제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도 토론을 다루고 있고, 토론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주요 교수 방법론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공공기관과 기업에서도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도구로, 채용을 위한 도구로 토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일단 한번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추진한다,는 세간의 평가처럼 적어도 양적으로는 토론이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고, 이미 적용된 분야에서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라고 하는 토론과 이를 위한 교육이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냐 하면 아직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것이지 여전히 토론을 제대로 경험해 볼 기회가 없는 사람도 많고, 토론이 무엇인지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토론을 채택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뒤떨어지는 사람도 생기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들에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목표들이 있습니다.


1.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양질의 토의토론 교육을 경험하게 하는 것


우리는 발표, 토의·토론, 문제해결 교육을 통해 사회・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데요.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디베이트포올이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에도 해당합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학생이 사교육에 기대지 않고 발표, 토론, 프로젝트 수업 등 융합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지자체와 초, 중,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공공형 수업을 진행합니다. 모든 학생이 어디에서나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남 땅끝마을에 가기도 하고, 전교생이 30여 명밖에 되지 않는 분교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는 “너무 순진하다”, “돈이 안 되는 남 좋은 일만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심지어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돈이 중요하니 차라리 학원을 차려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때는 그런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큰 과제는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토론 교육이 필요한 기관을 찾는 일, 그리고  전국 어디서든 양질의 토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코치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강사가 아니라, 토의·토론 교육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지금까지 100명의 코치가 디베이트포올과 함께했고, 현재는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활동을 못 하는 분들을 제외하면 약 40명이 전국 각지 교육기관에 파견되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코치는 여름 한철 동안 거의 전국 일주를 할 만큼 다양한 곳에서 토론의 가치를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국 단위의 교육 운영은 쉽지 않습니다. 수십 명의 코치진이 함께하는 지금도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학교 특성상 학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추가되는 서류 작업 등 행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요청이 오면 가겠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디베이트포올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2. 지역, 조직, 학교에서 자생 가능한 토론 문화와 모델을 확산하는 것


디베이트포올이 직접 수업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조직, 학교가 자생적으로 토론 문화를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모델을 설계합니다. 우리가 직접 교육을 제공하기만 해서는 지속가능한 토론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인데요. 중단기적으로는 우리가 직접 프로그램을 제공하되, 장기적으로는 관계자들이 스스로 토론의 장을 조성하고 토론 교육을 직접 할 수 있어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자체나 공공기관과 일을 할 때 저희가 직접 수행하는 교육과 대회 운영뿐만 아니라 그 후의 일까지 함께 생각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저희의 수많은 교육을 통해서 검증된 내용을 중심으로 그 지역에, 그 기관에 맞는 전체 프로그램을 설계합니다. 가령 토론 문화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어떤 단계를 거쳐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토론을 도입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단계별로 토론 교육과 문화를 활성화할 방안을 설계합니다. 관내 교사를 위한 토론 연구회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기도 하고, 학교별 토론 동아리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토론 멘토를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지난 12년 동안 이러한 노력이 빠르게 성과를 거뒀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프로그램이 정치적 변화로 중단되거나 예산 이슈로 단절된 경험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한 분들은 토론의 가치를 실감하고, 여전히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토론의 가치를 전파하는 모습을 봅니다. 교실에서 토론 교육을 경험했던 초등학생은 대학생이 되어 토론 멘토로 교실에서, 50시간 이상의 토론 연수를 거쳐 간 선생님은 교실과 지역 토론대회에서, 함께 사업을 추진했던 담당자는 다른 지역 주민 자치 사업에서 말이죠. 관련 사업은 사라져도 사람은 남고, 그 사람이  계속 토론을 이어간다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던 방향으로, 더디더라도 바뀔 것이리라 믿습니다.


3. 사회 전반에 토론의 가치와 방법을 전파하는 것


앞의 두 활동이 교육 기반 확산을 통해 토론에 익숙한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세 번째 목표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토론을 전파하고 접목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생, 연구자, 기업 임직원, 지방의회 의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토론을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이나 지역 문제를 주제로 토론 대회를 열고, 기업의 채용 과정에 토론 면접을 설계하며,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이 조직 현안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 내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도 제공합니다. 승패를 가르는 토론은 수많은 토론 방식 중의 하나일 뿐임을 강조하고, 토론을 통해 모든 대안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당면한 문제를 충분히 의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는 이미 토론이 ‘라이프 스킬’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현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정교육 과정에 따라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든, 취업하기 위해서든, 조직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든, 정당 대변인이 되기 위해서든, 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든, 우리는 최소한의 토론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토론 역량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 많으면 많아졌지, 한국이 독재 국가로 후퇴하지 않는 이상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개인의 삶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도, 정답이 없는 현시대에 타인과의 토론을 통해 더 나은 가치와 대안을 모색하고 합의할 수 있습니다. 토론이 없다면 저마다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믿으며 다른 생각에 귀를 닫게 될 것입니다. 반면, 토론을 하면 모두가 함께 각각의 정답지를 들추어보고 검증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계속 대화와 토론을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더 옳은 지점'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토론을 통해 절대적인 진리나 정답을 찾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우리 사회가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지점은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마주하는 조직과 기업에도 적용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경청할 수 있어야 하며,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답 없는 시대에 더 나은 선택지를 함께 찾아가는 기술이 바로 토론입니다. 디베이트포올은 이 기술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토의토론 모델을 개발하고 전달합니다.



다시 디베이트포올을 처음 시작했던 때로 돌아가 보면 그때는 문제도, 목표도 조금은 더 단순했던 것 같습니다. 토론이란 게 우리 사회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으니, 토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토론하는 방법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토론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디어에 비친 토론의 왜곡된 모습이나 기능을 바로 잡고, 다양한 현장에서 본래의 토론 기능을 회복하고 경험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추진하고 정착시키는 데 있어서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니까요.


디베이트포올은 무엇을 목표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제 생각을 나눠보았는데요. 앞으로도 저희가 앞서 말한 일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애정 어린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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